교통사고 후 목이나 허리 통증이 계속되어 MRI를 촬영했는데,
“퇴행성 변화가 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험회사에서도 이를 근거로
“원래 있던 디스크라 사고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기왕증이 있으니 보상액에서 상당 부분 제외해야 합니다.”
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MRI에 퇴행성 변화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교통사고와의 인과관계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사고 전에는 통증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현재의 디스크나 후유장해가 모두 사고 때문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존의 퇴행성 변화와 교통사고가 현재의 증상과 후유장해에 각각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입니다.
1. 기왕증이 있어도 교통사고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교통사고와 피해자의 기왕증이 함께 작용하여 후유증이 발생한 경우, 사고가 그 결과 발생에 기여한 정도에 상응하여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기존 흉추압박골절이 있던 피해자가 교통사고로 같은 부위를 다시 다쳐 상태가 악화된 사안에서 사고의 기여도를 50%로 인정하였습니다.
따라서
퇴행성 변화가 있다 = 보상받을 수 없다
는 것은 아닙니다.
기왕증이 있었더라도 사고로 인해 증상이 새롭게 발생하거나 기존 상태가 악화되었다면, 사고가 손해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건에 따라서는 영상소견과 치료경과 등을 종합한 결과 현재의 병변이 사고와 무관한 기존 질환으로 판단되어 인과관계 자체가 부정될 수도 있습니다.
즉 기왕증 사건에서는 우선 사고와 현재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인과관계가 있다면 기왕증이 그 손해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순서대로 살펴봐야 합니다.
2. '기왕의 장해율'과 '기왕증 기여도'는 다릅니다
이 두 개념은 비슷해 보이지만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대법원 판결도 두 개념을 명확하게 구별하고 있습니다.
| 구분 | 의미 |
|---|---|
| 기왕의 장해율 | 사고 이전부터 이미 존재하던 질환 때문에 노동능력을 잃고 있었던 정도 |
| 기왕증 기여도 | 사고와 기존 질환이 함께 작용해 현재의 후유증이 발생한 경우, 기존 질환이 결과 발생에 기여한 정도 |
예를 들어 MRI상 퇴행성 디스크는 있었지만 사고 전에는 통증도 없고 정상적으로 근무하던 사람이 교통사고 후 심한 방사통과 운동제한이 발생했다면, 단순히 사고 전부터 동일한 장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기존의 퇴행성 변화와 교통사고가 현재의 후유장해에 각각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문제됩니다.
이 차이는 실제 일실수입 계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3. 기왕증 기여도는 어떻게 정할까요?
기왕증 기여도에는 정해진 공식이나 표가 없습니다.
대법원은 기여도를 정할 때 반드시 의학적으로 정확한 수치로 판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기왕증의 원인과 정도, 후유증과의 관계, 피해자의 연령과 직업, 건강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체감정의가 “기왕증 기여도 50%”라는 의견을 냈다고 해서
법원이 반드시 50%를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특별한 근거 없이 감정 결과를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사정이 중요합니다.
✔ 사고 전 동일 부위의 치료내역이 있었는지
✔ 사고 전 통증이나 방사통이 있었는지
✔ MRI상 퇴행성 변화가 어느 정도인지
✔ 사고 당시 충격의 정도와 충돌 형태
✔ 사고 직후부터 증상이 발생했는지
✔ 사고 후 치료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는지
✔ 급성 외상을 시사하는 영상소견이 있는지
✔ 과거 수술이나 유사 사고 전력이 있는지
✔ 신체감정의가 사고와 기왕증의 관계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결국 MRI 한 장만이 아니라 사고 전후의 의료기록 전체를 비교해야 합니다.
4. 사고 전에는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고 전 동일 부위의 치료내역이 없었다는 사실은 피해자에게 유리한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MRI상 퇴행성 변화는 있지만 사고 전까지 별다른 통증 없이 정상적으로 생활하다가, 교통사고 직후부터 처음으로 목이나 허리 통증·방사통이 발생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았다면
사고가 기존의 무증상 퇴행성 변화를 증상이 있는 상태로 발현시키거나 악화시켰다
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주의해야 합니다.
사고 전 병원에 다닌 적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MRI상 병변 전체가 사고로 새롭게 발생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영상에서 상당한 퇴행성 변화가 확인되고 급성 손상을 뒷받침할 소견이 없다면, 기존 질환의 영향을 상당 부분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사고 전 상태 → 사고의 충격 → 사고 직후 증상 → 영상검사 → 치료경과 → 후유장해
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입니다.
5. 사고 기여도 30%라면 장해율도 30%만 인정되는 걸까요?
예를 들어 신체감정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이 20%이고, 현재 장해에 대한 기왕증의 기여도가 70%라고 평가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단순화하면 사고로 인한 부분은 30%이므로,
20% × 30% = 6%
를 사고로 인한 노동능력상실 부분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손해배상 계산은 사건에 따라 더 복잡할 수 있으므로 단순히 장해율에 기여도를 곱하는 것만으로 모든 손해가 결정된다고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치료비, 향후치료비, 개호비 등은 그 손해 자체에 기왕증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6. 기왕증 기여도는 치료비에도 적용될까요?
중요한 부분입니다.
대법원은 기왕증이 사고와 함께 작용하여 손해가 확대된 경우, 그 영향을 단순히 장래 일실수입에만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일실수입을 계산하면서 기왕증 기여도를 참작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치료비와 개호비 등의 손해를 산정할 때도 기왕증 기여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대법원 판결은 기왕증이 사고와 경합하여 상해의 발현, 치료기간의 장기화 또는 후유장해 확대에 기여하였다면, 이를 단순히 전체 책임제한 사유로만 고려하고 기왕치료비와 향후치료비에서 기왕증의 기여를 별도로 검토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기왕증은 사건에 따라
✔ 치료비
✔ 휴업손해 또는 치료기간 중 일실수입
✔ 후유장해에 따른 장래 일실수입
✔ 향후치료비
✔ 개호비
등 여러 손해항목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손해항목에 일률적으로 똑같은 비율을 곱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고 직후 응급수술이나 급성기 입원치료는 사고 때문에 필요했던 반면, 장기간 지속되는 후유장해에는 기존 퇴행성 질환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각 손해항목별로 기왕증이 그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실제로 기여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7. 개호비에도 기왕증 기여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일실수입 산정에서 기왕증 기여도를 고려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호비를 산정할 때에도 기왕증의 기여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고 후 하반신마비 등으로 평생 개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었는데, 기존 질환 역시 현재의 마비 상태에 일정 부분 기여하였다면 개호비 역시 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존 질환과 현재의 개호 필요성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면 단순히 다른 기왕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호비까지 감액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왕증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기왕증이 해당 손해에 실제로 기여했는지입니다.
8. 위자료도 기왕증 비율만큼 줄어들까요?
위자료는 조금 다릅니다.
일실수입이나 치료비처럼
“기왕증 50%이므로 위자료도 정확히 50% 감액한다.”
는 방식으로 기계적으로 계산하는 항목은 아닙니다.
법원은 사고 경위, 피해자의 과실, 상해의 정도, 치료기간, 후유장해, 기왕증과 사고의 기여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위자료를 정합니다.
따라서 기왕증 역시 위자료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다른 재산적 손해처럼 일정한 기여도를 그대로 곱해 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9. 과실비율과 기왕증 기여도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 부분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실비율은 사고 발생에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었는지를 따지는 문제입니다.
반면 기왕증 기여도는 사고 이전부터 존재하던 질환이나 신체적 상태가 현재의 손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지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신호대기 중 후방추돌을 당하여 사고에 아무런 과실이 없더라도, 기존의 심한 퇴행성 디스크가 현재의 후유장해에 50% 기여했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피해자 과실은 0%이지만 기왕증 기여도는 50%
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100% 잘못했는데 왜 제 보상액이 줄어드나요?”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과실상계와 기왕증 기여도는 서로 다른 단계의 문제입니다.
10. 보험회사에서 '퇴행성'이라고 한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보험회사에서 MRI의 퇴행성 소견을 이유로 보상액을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퇴행성’이라는 한 단어만으로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 자료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 사고 전 동일 부위의 진료내역
✔ 건강보험 수진내역
✔ 사고 전후 MRI·CT 영상
✔ 사고 직후 최초 진료기록
✔ 통증과 방사통이 처음 기록된 시점
✔ 사고 이후 치료의 연속성
✔ 사고 전 실제 업무와 일상생활 상태
✔ 주치의 또는 신체감정의의 인과관계·기여도 소견
특히 손해배상소송에서 신체감정을 한다면 단순히 후유장해율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현재 장해와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 기존 퇴행성 변화의 정도, 사고와 기왕증이 각각 후유장해에 기여한 정도까지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법률사무소 이혜의 한마디
MRI에 ‘퇴행성 변화’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교통사고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반대로 사고 전에는 아프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현재의 디스크와 후유장해를 모두 사고 때문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기왕증 사건에서 핵심은 결국 두 단계입니다.
첫째, 현재의 증상과 후유장해가 교통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가.
둘째, 인과관계가 있다면 기존 질환은 그 손해의 발생과 확대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가
그리고 기왕증의 영향은 단순히 후유장해율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건에 따라 치료비, 향후치료비, 일실수입, 개호비 등 각각의 손해항목에서 달리 검토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험회사에서
“MRI에 퇴행성 변화가 있으니 원래 있던 병입니다.”
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해서 바로 보상을 포기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사고 전 치료내역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왕증 문제를 가볍게 볼 수도 없습니다.
사고 전 상태, 사고의 충격, 사고 직후 증상과 치료경과, 영상검사, 신체감정 결과를 전체적으로 연결하여 사고와 기왕증의 기여 정도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인과관계와 기왕증 기여도 및 손해배상 범위는 사고의 경위, 기존 질환의 정도, 사고 전후 진료기록, 영상검사 및 신체감정 결과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