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먼저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블랙박스가 없는데 CCTV로 사고 경위를 입증할 수 있나요?"입니다.실제로 보행자 사고나 이면도로 사고처럼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 확보가 어려운 경우, 인근 방범용 CCTV나 상가·주택 CCTV가 사고 경위를 밝히는 결정적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CCTV 영상은 '개인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아무나 손쉽게 열람하거나 복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은 개인정보보호법을 기준으로 CCTV 영상을 확보하는 방법, 확보 가능한 범위, 그리고 실무상 부딪히게 되는 제한 사항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CCTV 영상도 '개인정보'다 — 왜 마음대로 볼 수 없을까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 제1호는 개인정보를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라고 정의합니다. 즉, 특정인의 얼굴, 외모, 행동 등을 식별할 수 있는 CCTV 영상은 그 자체로 개인정보에 해당합니다.

CCTV를 열람하고자 하는 사람의 개인정보만이 아니라 영상에 촬영된 다른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도 보호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는 자(영상정보처리기기운영자)는 목적 범위를 벗어나 함부로 제3자에게 영상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고 당사자라 하더라도 "내가 사고 당사자이니 전부 보여달라"는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법이 정한 절차와 범위 안에서만 열람·제공이 이루어집니다.

2. CCTV를 확보하는 방법 : 정보주체로서 직접 열람·제공 요청 (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

개인정보보호법 제4조 및 제35조에 따라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가 보유한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해 열람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사고 당사자는 CCTV 관리자(경찰서, 지자체, 건물 관리소, 상가 등)에게 본인이 촬영된 영상에 대한 열람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신청대상 : CCTV 관리책임자(관할 관제센터, 건물 관리사무소, 매장 점주 등)

○ 절차 : '개인영상정보 열람 청구서'를 제출하고 열람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지자체, 학교, 공기업 등)이 운영하는 CCTV의 경우 정보공개청구도 가능합니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이 진행합니다.

① CCTV 위치 및 관리책임자확인

지자체 및 공공방범용 CCTV에는 관리번호가 있으니 설치안내판을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② 열람청구서 작성 및 제출

열람청구서에는 다음 사항을 기재합니다.

  • 청구인의 성명, 생년월일, 연락처
  • 열람하려는 개인정보의 특정 (촬영 일시·장소 등)
  • 열람의 목적 또는 이유
  • 신분 확인을 위한 서류 (신분증 사본 등)

팁 : 사고 일시(사고 전후 10~20분 내외)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신속하게 처리됩니다.

사고 현장 사진 등을 첨부해 담당자가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도 좋습니다.

○ 핵심 : 경찰 신고나 경찰관 입회는 법적 필수 요건이 아닙니다. 정보주체 본인의 권리이므로 관리자에게 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당당히 열람을 요청하셔도 됩니다.

★ 정보공개포털

공공기관(지자체, 학교, 공기업 등)이 운영하는 CCTV의 경우 정보공개포털(open.go.kr)을 통해 온라인으로 정보공개청구하면 편리합니다.

3. 확보 가능 범위 및 '모자이크(비식별화)' 문제

CCTV를 열람 및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해서 제한 없이 영상을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CCTV에 사고 당사자 외 제3자가 함께 촬영되어 있다면, 관리자는 해당 제3자를 식별할 수 없도록 모자이크 등 비식별 조치를 한 뒤 열람하게 하거나 제공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민간 관리자(상가 등)의 경우 ‘모자이크(비식별화) 작업을 할 줄 모른다’거나 ‘모자이크 작업 비용이 많이 드니 제공할 수 없다’고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CCTV 열람에 수반되는 모자이크 등의 비용은 정보주체에게 청구할 수 있으므로 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있음을 명시하고 비식별화 작업을 요청하거나, 타인 얼굴 부분을 스티커/메모지 등으로 화면상에서 가린 후 촬영하는 방식(단순 비식별화)으로 협의·해결할 수 있으며, 일단 영상보존을 요청하고 경찰 신고, 증거보전 등의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습니다.

4. 열람이 제한되거나 거부될 수 있는 경우

○ 보관 기간 경과로 인한 파기

보통 민간 및 공공 CCTV의 저장 기간은 14일 ~ 30일 내외입니다. 이 기간이 지나 자동 삭제되면 물리적으로 확보가 불가능합니다.

○ 법정 거부사유

운영자가 열람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는 제35조 제4항에 한정적으로 열거되어 있습니다. 임의로 거부하는 것은 위법입니다.

법정 거부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법률에 따라 열람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경우

예: 형사소송법상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되어 공개 시 수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

②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를 해할 우려가 있거나 다른 사람의 재산과 그 밖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예: 영상에 본인 외 제3자가 포함되어 있어 해당 제3자의 개인정보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③ 공공기관이 다음 업무를 수행할 때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 조세의 부과·징수 또는 환급 업무
  • 학력·기능 및 채용에 관한 시험, 자격 심사 업무
  • 보상금·급부금 산정 등에 관한 업무

주의: 제3자의 개인정보가 함께 촬영된 경우, 운영자는 제3자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 등의 방법으로 가린 후 제공하는 방법을 취해야 하며, 이를 이유로 열람 전체를 거부하는 것은 원칙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5. 거부당했을 때의 구제 방법과 확보 방법

열람 청구가 거부되거나 10일 내에 응답이 없는 경우, 다음의 불복 절차를 활용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CCTV영상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고충처리 신청

② 분쟁조정위원회 조정 신청

③ 행정소송·민사소송 제기

  • 공공기관인 경우: 정보공개법에 따른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
  • 민간 사업자인 경우: 민사소송(열람청구권 이행 청구)

④ 법원에 증거보전신청

⑤ 경찰에 사건 정식 입건 및 수사요청

CCTV 영상은 교통사고에서 과실 비율과 손해배상 범위를 좌우하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상 보호되는 개인영상정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확보 방법과 범위에 법적 제한이 따릅니다.

특히 저장 기간이 짧아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 증거 자체가 사라질 수 있으므로, 사고 발생 직후부터 CCTV 위치 파악과 보존 요청을 서두르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확보 과정에서 열람이 거절되거나 어려움을 겪으신다면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상담을 통해 경찰 수사 협조나 법원 절차를 함께 검토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