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행위는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이므로 엄벌에 처해지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지만 수사 과정의 오류나 도저히 피할 수 없었던 돌발 상황 등으로 인해 억울하게 형사 처벌의 위기에 놓이는 사례 역시 실무 현장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음에도 불구하고 법리적 다툼을 통해 무혐의나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음주운전 무죄 판결이 가능할까요? 대표적인 4가지 사례를 정리해 드립니다.
1. 긴급피난(대리기사와의 갈등)
음주운전 혐의를 벗기 위해 실무상 가장 빈번하게 논의되는 법적 구제 수단은 바로 형법 제22조에 규정된 긴급피난입니다.
술자리를 마치고 대리기사를 호출하여 귀가하던 중 요금 시비나 경로 문제로 다툼이 발생하여 대리기사가 차량을 도로 한가운데나 고속도로 진입로 등 매우 위험한 곳에 방치하고 떠나버리는 아찔한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이때 운전자가 다른 차량와의 사고를 막기 위해 혹은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고 최소한의 거리만 이동시켰다면 법원은 이를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 즉 ‘긴급피난’으로 보아 무죄를 선고합니다.
만약 위급한 상황이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집까지 그대로 운전해 가 버렸다면 긴급피난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경찰은 일단 운전자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차량을 조작했으므로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려 시도하겠지만, 피의자는 경찰 조사 첫날부터 현장의 위험성을 증명할 블랙박스 영상과 대리기사와의 통화 내역 등을 신속하게 제출하여 그 이동 행위가 유일하고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논리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2. 운전행위 자체가 증명되지 않는 경우
도로교통법상 ‘운전’은 차를 본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으로 사람의 의지·관여 없이 차가 움직인 사정이 있으면 ‘운전’이 아니라고 보아 무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 없이 다른 목적을 위하여 자동차의 원동기(모터)의 시동을 걸었는데(예:추워서 히터를 틀기 위해 시동을 켠 경우), 실수로 기어 등 자동차의 발진에 필요한 장치를 건드려 원동기의 추진력에 의하여 자동차가 움직이거나 또는 불안전한 주차상태나 도로여건 등으로 인하여 자동차가 움직이게 된 경우에는 ‘운전’이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건 현장의 경사도, 기상 및 노면 상태, 차량 이동 궤적 분석, 블랙박스 오디오 분석, 제동 타이밍, 대리운전 호출 내역, 최종 목적지와의 관계 등을 살펴 고의로 차를 움직인 것이 아님을 주장, 입증해야 합니다.
3. 혈중알코올농도 입증이 부족한 경우(상승기 측정, 술타기)
음주운전 무죄를 다투는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운전 당시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에 숨어 있습니다.
✔ 상승기 측정
운전 직후 측정이 아니라 시간 간격이 있는 사후 측정치로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위드마크 공식 등)하는 경우에는 '실제 운전할 당시'에 처벌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점이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합니다.
술을 마신 직후에는 알코올이 체내에 바로 흡수되지 않고, 대략 30분에서 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조에 달하는 '알코올 상승기'를 거치게 되는데, 상승기에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결과 처벌기준을 근소하게 넘는 정도였다면 '실제 운전할 당시'에 처벌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 운전자가 운전을 마친 후 40분이 지난 시점에 경찰이 출동하여 측정한 수치가 처벌 기준인 0.03퍼센트를 근소하게 초과한 0.035퍼센트인 경우
음주측정이 사후에 측정된 경우라면
(i) 최종음주 시각과 운전 시각,
(ii) 단속·측정 시각,
(iii) 음주량·음주 지속시간,
(iv) 사고 형태/거동
등 정황이 촘촘히 따져 보아 혈중알코올농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한 사안은 아닌지 검토해보아야 합니다.
✔ 음주 후 추가로 술을 마신 경우
뉴스에서 자주 접하셨을 유형입니다.
운전을 마친 후 사고가 나거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현장을 이탈한 뒤, 추가로 술을 더 마셔버리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실제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얼마였는지 입증할 수 없어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후 음주가 개입된 사건에 있어서도 핵심은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기준(0.03%) 이상이었는지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는지’입니다.
사후 음주 개입으로 무죄가 되려면 사후음주로 인한 측정치 증가분을 공제했을 때 경계치 근처이거나, 선행음주와 후행음주의 시각이 특정되지 않는 경우 등에 무죄 판단의 여지가 있는 것이고, 측정치에서 사후음주로 인한 부분 공제하더라도 수치가 상당히 높거나, 시간 간격·목격 정황 등으로 운전 당시 주취가 충분히 뒷받침되면 유죄로 인정됩니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사후 음주가 의도적인 처벌 회피를 위한 행위인 경우 이른바 ‘술타기’의 경우 처벌하는 규정이 신설되었습니다.
술에 취한 상태의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로 술을 마시거나 알코올 성분이 있는 물품을 사용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처벌됩니다.
만약 사후 음주를 하였는데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없었다면 그러한 목적이 없었음을 소명하고 선후 음주량, 선후 음주시각, 단속·측정 시각, 운전당시의 정황 등을 검토하여 운전 당시 기준치를 초과하였던 것이 맞는지 철저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4. 수사절차 위법으로 증거능력이 배제되는 경우
마지막으로 피의자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실무적 방어선은 수사기관이 음주 측정이나 혈액 채취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철저하게 준수하였는지 여부입니다.
경찰이 명확한 범죄 혐의나 영장 없이 개인의 사적인 주거지에 강제로 진입하여 자고 있는 사람을 깨워 음주 측정을 강요했거나, 피의자의 명시적인 자발적 동의 없이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병원으로 연행하여 채혈을 진행했다면 이는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어 무죄 판결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만약 강제 연행이나 영장주의 위반 사실이 있다면 수사 보고서, 경찰관의 바디캠 영상등 수사기록을 샅샅이 분석하여 절차적 하자를 강력하게 지적하는 법적 대응을 펼쳐야 합니다.
음주운전 무죄 주장은 매우 예외적이고 까다로운 법리적 요건을 충족해야만 법원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고도의 형사 재판 과정입니다.
음주운전 무죄 판결은 단순히 "억울하다"는 주장만으로는 결코 이뤄지지 않습니다.
당시의 시간대별 행적, 이동 거리, 음주시각 및 음주량, 운전 경위, 위드마크 공식의 과학적 허점 등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증명해야만 가능합니다.
법률사무소 이혜는 음주운전 형사 사건에서 긴급피난 등 위법성 조각 사유 주장,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 법리 적용, 위법수집증거 배제 주장, 그리고 무죄 사안과 선처 사안의 전략적 판단에 이르기까지 다루어 왔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입건되었다면 첫 조사에 응하시기 전에 무죄를 다툴 수 있는 사건인지, 어떤 방향이 가장 유리한지부터 진단을 받아보시기를 바랍니다.